엘샤다이 칼럼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생각하며...

Author
gospel323
Date
2018-07-22 18:22
Views
951
미국에 온지 벌써 20년이 되어갑니다.

한국에 있었으면 아마도 저는 평범한 목회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아버님과 함께 개척했던 저의 교회의 담임목사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다른 교회 혹 어쩌면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로 청빙되어 갔을지도 모르죠. 아마 거기서 맡겨진 교회 일을 성실히 감당하고, 주로 설교와 심방, 성경공부와 기도회, 찬양인도... 목회사역을 바쁘게 하고 있었을 겁니다.

미국에 오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2005년부터 하나님께서는 제게 많은 신학적 갈등과 질문을 주시고, 성경과 신학에 몰두하게 하시더니 마침내 로마서의 십자가 복음과 하나님 나라 구원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그 후 몇 년간 십자가 복음으로 외로운 신학적 싸움을 하다가 "십자가 복음의 영광"이란 책으로 정리한 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갑작스럽게 2010년 우리주님의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5년간 복음만 전했습니다. 교회성장은 생각없고 주님을 위해 순교하는 마음으로 전심으로 십자가 설교에 집중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사랑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생각했습니다. 이 일을 하다가 저 자신이 어떻게 되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저였고 저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가지 모른 것이 있었습니다. 내가 주님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나를 통해서 직접 일을 하심을 잘 몰랐습니다.

2015년 8월 9일 “그리스도와의 연합으로 얻은 구원”을 설교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2014년 10월부터 다시 시작된 로마서 35번째 설교였고, 로마서 암송이 약 300 번쯤 지난 때였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다음 주 부터는 예배 전 음향 시스템을 설치해줄 아이들이 모두 대학교로 떠나감으로 이제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주일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었죠. 이것은 제가 가장 중요한 사역으로 생각했던 주일예배를 다른 방식으로 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 힘으로 최선을 다해 그리스도를 위하여 사역해온 마지막 결론이었습니다.

그날 “십자가 자기죽음과 그리스도의 부활생명”을 고백하며 저와 우리주님의 교회를 완전히 포기하고 주님께 내어드렸습니다. 이제는 내가 주님을 위해 일하지 말고, 주님께서 나를 통해 일하시도록 완전히 내어 맡겼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제가 주님을 사랑하며 헌신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주님을 정말 사랑했고 복음을 위해 전심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주님을 향한 저의 사랑이요 열심이었지 주님의 일하심이 아님을 몰랐습니다. 주님께서 일하심과 내가 일함의 그 섬세하고 미묘한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한 것입니다. 주님은 제가 그것을 몸으로 체험할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고 주의 일에 헌신하는 것은 참 귀한 일이지만, 그것 가지고는 죄와 사망을 이길 수 없고, 그리스도께서 통치하시는 생명의 역사가 나타나지 않음을 그때 몸으로 체험한 것입니다. 그것은 주님이 제자들에게 주신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의 방법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죽을 때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살아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나 자신을 그리스도와 함께 날마다 십자가에 못 박고 그리스도의 부활생명에 순종할 것을 고백했습니다. 하나님 나라 구원과 생명의 능력은 오직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자기죽음을 선언하고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주인으로 사시며 일하실 때 나타남을 철저하게 몸으로 고백하게 된 것입니다. 그때 주님께서 제 마음에 이런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동안 네가 나를 위해 수고해줘서 고맙다," 주님은 제가 주님을 사랑하며 달려온 사역을 책망하지 않고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목사! 생명은 그런게 아니다. 생명은 네가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너를 통해 일을 해야하는 거야. 이제부터는 내가 너를 통해서 직접 일을 하겠다. 너는 생명이 무엇인지 가만히 지켜보렴" 포도나무 비유 그대로였습니다.

이것이 2015년 8월 9일 주일에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와의 연합으로 얻은 구원" 설교 속에 담겨있는 의미였습니다. 8월 8일 토요일 설교 원고 작성을 오전에 일찍 끝내고 집사람과 목적지 없이 그냥 무조건 드라이브 했습니다. 차 속에서 4시간 내내 집사람과 서로 이 사실을 이야기하며 고백했습니다. 큰 기쁨과 평안이 임했습니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저 자신과 우리주님의 교회를 그리스도께 내어 맡겼습니다. 제가 사역한 결과는 여기까지니 이제부터는 주님이 어디로 이끄시든지 그대로 따라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내가 주님을 위해 어떤 사역을 할 것인가에 관심 갖지 않고 주님께서 나에게 어떤 일을 원하시는가에 더 집중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이것은 작은 방법론의 변화가 아닌 근본이 바뀌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로마서 십자가 복음과 바울 신학의 마지막 결론이었습니다. 이것이 바울이 늘 말하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와 합하여", “그리스도로 말미암아"였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던 것인데 이것을 몸으로 체험하고 삶에서 경험하기까지는 긴 시간과 고통의 여러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저 자신과 우리주님의 교회에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십자가에 자기죽음을 선언하니 그리스도의 부활생명이 제 삶의 모든 곳에서 나타나는 겁니다. 평안이 임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고 그리스도께서 직접 역사하시는 것들이 도처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저와 제 가족에 일어난 생명의 열매는 개인적 일이라 적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교회와 성도들에게도 그리스도께서 통치하시는 그리스도의 부활생명의 역사가 눈에 보이게 나타납니다. 그동안 저와 우리교회에 일어난 그리스도의 부활생명의 역사는 성도들이 이미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이전에 제가 그리스도를 위해 일할 때는 전혀 체험하지 못하던 그리스도의 직접 일하시는 능력입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제가 아닌 그리스도의 능력임은 분명합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은 정말 놀랍고 놀랍습니다.

2001년 5월 중국선교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해 보려 장인어른과 함께 중국 심양으로 가려했습니다. 중국비자를 받고 비행기 티켓팅 후 중국으로 출국 날자를 2주쯤 앞두고 있있는데, 미국으로 유학 간 어느 전도사님의 전화를 받고 갑자기 방향이 미국으로 바뀌었습니다. "마게도냐에서의 부르심"이란 제목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달라는 어느 목사님의 이메일이 오더니 며칠 후 미국에서 보낸 워싱턴 덜레스행 비행기 표가 속달 우편으로 저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으로 출국하려던 그날 장인 어른만 중국으로 가셨고, 저는 같은 날 오후 미국으로 왔습니다.

제게는 미국이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교지입니다. 복음을 전하며 선교현장에서 치열하게 사역하시는 모든 선교사님과 신실한 목사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저는 제게 맡기신 십자가 복음과 하나님 나라 구원 생명을 증거하는 일에 선교사의 자세로 임할 것입니다.

우리주님의 교회 모든 성도들과 가정에 그리스도께서 통치하시는 부활생명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힐 때 얻는 이 구원 생명의 복음이 온 땅에 두루 퍼지기를 소원합니다. 이번 주일 “나를 통하여” 찬양을 함께 부르며 우리 각자에게 주신 소명을 생각해 봅시다.